얼마 전부터 아이가 칠판글씨가 잘 안보인다고 했다. 집에서 티비를 볼 때도 눈을 찌프리고 째려보는 듯 그렇게 보는 것을 목격한 터라 바로 안과에 데려갔다.
안경을 쓰지 않으면 좋겠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안경을 씌울 시점이 된 듯 해 안경을 써도 할 수 없겠다 싶어 동네 안과를 찾았다. 시력을 쟀는데 양쪽 0.7 정도가 나왔다. 이 정도면 굳이 안경을 쓸 필요가 있나 싶기도 했지만 아이가 칠판 글씨가 잘 안보인다니 어쩔 수 있겠나 싶어 안경을 맞추기 위해 도수를 재려는데 문제가 생겼다. 교정시력을 맞추는 안경을 쓰고 사이사이에 렌즈를 끼어 넣는 방법을 하고 있는데 아이의 오른쪽 눈에 렌즈 하나를 넣으니 아주 잘 보인다고 했다. 근데, 왼쪽 눈은 그 어떤 렌즈를 넣어도 안보인다, 잘 모르겠다고 아이가 답변하는 것이다. 도저히 안되겠는지 검사하던 선생님은 아이의 눈동자를 크게 하고 그리고 정밀 검사를 하는 것이 낫겠다며 아이 눈에 안약을 넣었다. 30분 정도 눈동자가 커지기를 기다렸고 그렇게 다시 했지만 이의 그냥 시력이 0.7정도인데 교정시력은 아무리 해도 0.6이상은 나오지 않았다. 검사를 끝내고 의사 선생님을 만났는데 아이 눈동자에 상처가 있다고 치료를 하면 시력이 나오지 않겠냐면 안약 처방을 해줬다. 그리고 며칠 후 다시 안과를 방문해 교정시력을 맞추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아이 눈이 심상치 않은 것 같아 대학병원 안과를 예약했다.
딸아이 초등학교 2학년 때 그네에 눈을 부딪치고 한동안 대학병원에 줄기차게 다녔던지라 대학병원을 다시 찾는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인내를 요하는 것인지 알면서도 그래도 혹 다쳤던 눈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예약하게 됐다. 그런데 교정시력이 나오지 않는 눈은 다치지 않은 눈이었다. 그렇게 대학병원 안과를 찾았고 어마하게 많은 사람들 틈에서 기다리고 또 기다려 교정시력을 맞추는데 동네 안과에서와 똑같은 증상이 생겼다. 분명 동네 안과에서 처방한 안약을 넣었으면 눈동자의 상처가 치료가 되고도 남았을 시간인데 아이의 왼쪽 눈은 그 어떤 렌즈에도 잘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가 가진 시력보다 더 못한 교정 시력에 검사하는 선생님도 짜증스러워 했지만 보는 엄마도 많이 답답했음이다. 그렇게 검사를 마치고 또 오랜 시간을 기다려 드디어 특진 선생님을 만났다. 특진 선생님은 아이가 지금 굴절 조절 중이라 시력이 맞춰지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셨고 안경을 쓰는 것은 아이한테 좋은 처방이 아니라고 하시며 1달 뒤에 다시 보기로 했다.
1달이면 아이의 조절 기능이 마무리가 될까 싶었지만 다시 찾은 병원에선 좋은 소식을 듣지 못했다. 아이가 눈이 안 보이는데 안경을 쓸 수 없다니 이보다 답답할 수 있을까.
어떤 아이는 고등학생때까지 이렇게 굴절 조절 문제를 가질 수도 있고 대게는 1~2년 정도면 알아서 해결이 된다고 하는데 그 동안은 안경을 쓰지 않고 교실 앞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소견서를 써주셨다. "경과관찰중인 아이로 현재 안경 쓰지 않은 상태로 경과관찰 요합니다. 눈의 굴절조절에 문제가 있어 교실 앞쪽 자리에 앉아야 합니다. 배려 부탁드립니다."라는 소견서였다. 대학병원 직인이 찍힌 소견서가 어떻게 교실에서 담임선생님의 배려를 받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키가 작은 것도 아니고 큰 편에 속하는 아이가 앞에 앉아 다른 아이들한테 혹여나 불편을 끼칠까 마음이 편하지 못하다.
눈이 나빠도 안경을 쓸 수 없고 안경을 쓴다고 해도 잘 보이지 않는다니..그래도 그나마 다행이다. 동네 병원에서 처방 해준데로 안경을 썼더라면 안경을 써도 보이지 않는다고 애매한 도수만 계속 올리게 되지는 않았겠는가. 어서 빨리 아이의 굴절 조절 문제가 해결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