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의 드라마 전략을 그닥 바람직하지 못하다. 1,2회를 몰아서 방송해주는 바람에 평일 날 자정을 넘기고도 30분의 시간을 더 TV를 보느라 부담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어서 드라마를 시청한다는 것은 이야기의 연결을 위해서도 그렇고 드라마 초반의 끌기 작전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도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부담은 부담이다. 어찌되었건 '자이언트'는 시청자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 시작이 이강모의 성공한 모습이 아니었다면 찌질한 과거, 아역들의 안타까움을 지켜보기 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단란한 가족의 가장인 아빠가 권력과 야망이 가득한 사람에 의해 죽고, 그로 인해 쫓기는 신세가 되고 그나마 엄마는 산후통으로 고생하다 연탄가스를 마시고 죽는다. 도와주는 사람은 없고 모두 눈을 반짝이며 배려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사람들만 득실되는 어려운 시절이다. 그것도 모잘라 아버지를 죽인 나쁜 사람들은 여전히 그들을 쫓는다. 갓 태어난 아기와 그리고 어린 여동생, 아직은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나이의 형제는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자신들이 잘 살아야 다른 사람에 대한 측은지심도 생기기 마련일텐데 엄마가 죽었다는데 아이가 갖은 돈에 눈독을 들이는 어른이라니…그 시절이 다 그랬을까.
'자이언트'의 시작은 나쁘지 않다. 선악이 확실하게 구분되는 구조로 시작됐고 누가 누구한테 복수를 해야 하는데 그러기엔 아무것도 없는 나약한 어린아이다. 그 어린아이가 16부 정도 고생을 하고 그리고 기회를 잡아 성공하고 '자이언트' 시작에서 보여줬듯 결국은 복수하게 된다.
어디서 많이 본 듯, '에덴의 동쪽'을 보는 듯도 하고 '태양을 삼켜라'를 보는 듯 그렇게 그들의 어린 시절은 고난의 연속이다. 31일 가장 높은 빌딩앞에서 만나자는 형과의 약속을 위해 어린 두 동생을 데리고 이강모(이범수아역)는 삼일 빌딩앞으로 나가지만 그 시각 형은 사경을 헤매고 있다. 뻔히 절대 만나지 못할 것이라는 건 눈치챘다. 그들의 찌질한 고생이 안타깝고 아역들의 대단한 연기력에 박수를 보내지만 어서 어른이 되었음 하는 바램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른들한테 당하기만 하는 나이의 그들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식상하기 때문이다.
대작이라고 하면 이렇게 이야기가 비슷해야 할까.
기본적인 줄거리가 거의 비슷하다. 어린 시절 억울하게 부모님을 한쪽이든 양쪽이든 상관없이 그렇게 여의고 불우한 환경에서도 어떻게든 오뚜기처럼 일어나고 보탬이 되는 줄을 잡는 기회가 꼭 생기며 그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은 주인공은 복수를 하기 위해 자신의 입지를 다지고 결국은 복수하고 화해한다는 기본 줄거리가 그렇다. 그 줄거리에 등장인물이 다르고 등장인물이 다른 만큼 사랑은 엇갈리고 복수를 얼마나 더 화려하고 시원하게 하느냐가 또 다르다. 주인공은 배짱과 신의가 바탕이 된 진짜 남자여야 하다는 것이고 그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와 그 여자를 사랑하는 다른 남자가 꼭 삼각관계를 이루고 있어야 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건 삼각관계를 이루는 남자는 꼭 원수의 아들이어야 한다. 별별 고생을 다하고 중간중간 사랑도 하고 가족애도 확인하면서 그렇게 성장해 결국은 권선징악이라는 기본 주제에 합당하는 결말을 낸다. 그저 동네가 삼척해서 제주에서 이번엔 대구로 바뀌었다. 리메이크는 아니지만 대작 드라마의 기본 틀은 전혀 달라지지도 않았고 참신하고 새로운 이야기도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