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다가 좋다 :: 숙제를 위해 키우는 강낭콩, 아주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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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가 좋다

식물을 기른다는 것은 남집 이야기인 듯 그렇게 필자는 한번도 제대로 식물을 키워보지 못했다. 너무 예뻐서 사온 화분은 그대로 화분만 남았고 식물은 곧 죽었다. 물을 흠뻑 주라고, 2~3일에 한번 주라고 해서 그렇게도 해보고 물을 너무 많이 줘서 그런가 싶어 물을 안줘도 살 수 있는 아이를 사왔다. 선인장 말이다. 하지만, 선인장도 말라 죽었다. 한 달에 한 번 물을 주라고 그러면 얘는 전혀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전자파도 차단된다는 말을 철썩같이 믿고 그렇게 했다. 처음 몇 달은 살아있었다. 근데, 신기한 것이 선인장도 말라 죽는 것이다. 선인장도 말라 죽이니 도저히 필자는 식물을 키울 능력이 안되는 사람인가 부다 하고 포기했다. 아무리 생명이 있어도 말하지 않는 식물이라고 해도 죽어나가는 것이 결코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파릇한 것이 좋아서 공기를 맑게 하고자 눈의 피로를 덜고자 했던 필자의 노력은 매번 그렇게 실패했고 유치원에서, 학교에서 관찰일기를 요했던 것들도 몽땅 실패했다. 다른 친구들의 사진을 얻기도 하고 어떻게든 관찰일기는 써갔지만 직접 길러내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늘 있었다.


딸아이가 4학년이다. 한해 살이 식물을 심고 관찰일지를 써오라는 숙제를 가져왔다. 다른 것도 아니고 식물을 심고 싹을 틔우고 그것을 사진으로 기록하라니….아이 숙제가 아니라 엄마의 숙제다. 일단, 강낭콩 심기는 어렵지 않았다. 아이가 하는 학습지에서 화분이랑 흙, 비료, 거기다 강낭콩까지 모든 재료를 챙겨주는 덕분에 순서대로 화분에 옮겨 심는 것까진 아주 쉬웠다.
그 다음 단계는 물을 흠뻑 주고 해가 잘드는 곳에 놔두는 것인데 문제는 물을 흠뻑 준다는 것의 의미를 잘 파악하지 못하겠다. 예전에 식물을 키울 때도 한 번 줄 때 흠뻑 주고 찔끔찔끔 자주 주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지만 그렇게 못했다. 그 흠뻑이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고 도대체 얼마나 줘야 흠뻑일까 이번에도 고민이 됐다. 물뿌리게가 없는 관계롤 분무기로 위의 흙이 촉촉하게 젖을 정도에다 흠뻑이라는 단어에 맞게 좀 더 많이 분무기를 분사하는 정도로 물주기를 마무리하고 베란다에 놔두었는데 갑자기 5월답지 않게 추워지면서 저러다 얼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걱정됐다. 설마 싹이 트지 않을려나….그렇게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가 지났는데 화분 안은 여전했다. 씨를 덮은 흙위로 그 어떤 것도 나올 생각을 하지 않은 상태 그대로였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다. 이틀이 지났을 때도 여전히 똑같은 것이다. 딸아이가 참지 못하고 손가락을 휘저어 심은 강낭콩을 찾아냈다. 다행히도 강낭콩은 불어 있었고 흰 뭔가가 튀어나올까 말까 고민중이었다. 다시 흙속에 강낭콩을 넣고 흙을 덮었다.
"네가 강낭콩 못살게 굴어서 싹 안 나면 어떡해?"
"정말?"
우리 모녀는 그렇게 걱정했다. 그런데 화분을 보니 흙이 약간 말라 있는 것이다. 흠뻑이란 단어에 맞게 물을 줬다고 줬는데 부족하지 않았을까. 물 100cc정도 되는 것을 부었다. 그러자 물이 쏙 스며들더니 화분 밑으로 아주 조금 뱉어내기까지 하는 것 아닌가. 주위 엄마들한테 줏어 들은 정보에 의하면 이렇게 줘야 흠뻑 줬다고 할 수 있단다. 그렇게 하루를 기다리고 이틀을 더 기다리자 흙 위로 하얀 뭔가가 튀어나왔다. 애벌래 같기도 한 하얀 것이 꾸부정하게 튀어나왔다. 드디어 필자가 심은 화분에도 싹의 시초가 시작됐다. 그러더니 하루가 지나자 색이 연두색에서 녹색으로 바뀌었고 더 두꺼워졌다. 그런데도 여전히 학습지나 전과의 싹이 난 사진과는 많이 달랐다. 싹이 튼 그 사진들은 전부 꼿꼿하게 서있는데 아직도 우리 화분속 강낭콩의 싹은 구부러진 상태가 아닌가.

근데, 드디어 일주일만에 강낭콩의 싹이 고개를 들라고 한다. 처음이다. 이런 느낌~ 뭔가를 해냈다는 느낌도 아니고 그저 뭔가가 꿈틀꿈틀 생명이 싹트는 것을 본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하고 좋은 느낌인지 몰랐다. 어찌나 신기하고 좋은지 아이의 관찰일기 때문에 시작한 강낭콩 기르기였지만 아직 겨우 싹만 텄을 뿐이지만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다. 이런 느낌 때문에 어른들이 식물을 기르는 것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