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다가 좋다 :: 엄마 귀걸이를 선생님께 선물하는 아들
노무현 대통령 배너

수다가 좋다

딸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선 매년 스승의 날 전년도 선생님께 편지를 쓴다. 5월 15일 전날 전학년 선생님께 편지를 쓰는 것이 숙제인 것이다. 1학년때는 유치원 선생님께 썼고 2학년 땐 1학년 선생님께, 3학년 땐 2학년 선생님께, 4학년인 올해는 3학년 선생님께 편지를 썼다. 딸아이는 딱 숙제만 한다. 현재 선생님께는 편지도 접은 카네이션도 없다. 오직 숙제를 하기 위해 전년도 선생님께 편지를 썼다. 근데, 올해 이 딸아이가 안하는 던 짓(?)을 했다. 지금 현재 담임선생님께 편지를 쓴 것이다. 누구도 지금 담임선생님께 편지를 쓰라고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선생님을 위해 왕카네이션을 접고 정성드려 편지까지 썼다. 3학년때 선생님께는 카네이션도 없이 달랑 편지만 썼는데 말이다.


딸아이 4학년 담임선생님은 올해 처음 부임하셨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들을 제대로 다룰까, 아이들한테 휘둘려서 반 분위기가 엉망이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많았다. 근데, 엄마의 기우였던 듯 3개월이 다 되가는 지금 아이들은 모두 선생님을 믿고 따르는 듯 하다. 딸아이의 증언(?)을 종합하면 선생님은 소리를 지르거나 욱박 지르지도 않고 말 그대로 사랑으로 가르치려고 매 순간 노력하신다. 엄마인 필자도 소리 지르고 욱박지르고 협박하기를 밥먹듯이 하는데 어떻게 많은 아이들을 다루면서 소리도 지르지 않고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사랑을 더해 지도할 수 있겠는가. 근데, 그것이 가능한 것 같다.

“선생님의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안들리지 않니?“

필자의 질문에 딸아이는 그랬다.

“선생님 목소리가 작으니깐 선생님 말씀을 잘 들으려고 귀 기울이게 되고 오히려 더 집중되고 좋은데...”

사회 단원평가를 본다고 아이한테 문제집을 풀렸는데 전혀 배운 것 같지 않은 허당에 화가 나 한마디 했다.

“도대체 학교에서 뭘 배운거야? 너네 선생님은 이런 것도 안가르쳐 주셨니?”

“아니야, 선생님은 가르쳐 주셨는데...내가 까먹은 거야.”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아직까지 한번도 이렇게 선생님 편을 드는 걸 본 적이 없는 필자로서는 좀 놀라웠다. 근데, 딸아이만 그런 것이 아닌 듯 하다. 같은 반 A군의 엄마도 비슷한 말을 전했다.

MS PowerPoint ClipArt


A군도 스승의 날 전년도 선생님께 편지를 쓰는 숙제를 하고 담임선생님께 자발적으로 편지를 썼다는 것이다.

“엄마들은 불안불안한데 아이들은 좋은가 봐. 근데,,,말도 마. 창피해서 혼났어.”

“무슨 말이야?”

이야기인 즉슨, A군이 담임선생님께 편지를 쓰는 걸 보긴 했는데 둘째 아이 숙제를 챙기느라 정신없는데 A군이 뭐라고 하더란다. 건성으로 “어, 그래” 하고 대답한 거는 같은데 질문이 무엇이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했단다.


그리고 며칠 뒤 A군은 담임선생님의 편지를 가방에 넣어 왔다. 편지를 읽으려고 봉투를 열었는데 그 안에 A군 엄마의 귀걸이가 편지와 같이 있었다. 귀걸이가 왜 여기에 있을까 싶어 궁금한 마음에 급하게 편지를 읽어내려 갔다.

편지를 읽고 A군 엄마는 얼굴이 화끈거려  혼났다. 편지엔 어머니의 마음은 감사하나 받을 수 없다고 마음만 받겠다고 써있었다.

A군 엄마는 A군한테 물었다.

“너 이 귀걸이 뭐야?”

“엄마가 가져가도 된다고 했잖어요.”

“뭐? 내가 언제?”

“그때 편지쓰고 엄마한테 물었잖아요. 응,응 했잖아요.”

아이고, 건성으로 대답했던 응,응이 이런 결과를 나을 줄은 몰랐다. 귀걸이는 9000원 정도 하는 아주 저렴한 것으로 선생님께 보내고 돌려 받기에도 너무 창피한 것이었다.

귀걸이 사건이후 A엄마는 학교에 나타나지 못한다. 담임선생님이 잊을 동안 시간이 필요하다며 말이다. A군의 행동에 선생님도 웃지 않았을까.


어찌되었건 우리 아이들이 ‘천사들의 합창’의 히메나 선생님을 만난 듯 그렇게 행복한 듯 싶어 엄마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