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한번 꼬박꼬박 일기를 쓰느라 힘들었던 국민학교 때 방학동안이 제일 문제였다. 그날 그날의 날씨도 그랬지만 하루하루의 일과를 꼬박꼬박 기록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럼에도 그렇게 글짓기를 하고 일기를 쓰면서 문장력이 많이 늘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딸아이를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초등학교 4학년인 딸아이는 매해 글쓰는 솜씨가 늘고 있을 뿐 아니라 문장력도 점점 다듬어져 이제는 아이 글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다.
근데, 엄마인 필자는 이미 받는데 너무 익숙해졌다. 어버이 날이면 아이의 편지를 받고 아이의 일기를 읽고 아이의 숙제를 위한 글을 읽는데만 익숙해졌다. 필자가 뭔가를 쓴다거나 아이를 위해서 편지를 쓰는 것은 생각도 해보지 않았고 매일 보는 아이한테 특별히 편지를 써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근데, 숙제가 어머니가 아이한테, 남편한테 편지를 써오란다.
허, 이것 참, 난감하다. 아이한테 남편한테 편지를 쓰다니...
건강하게 잘 자라줘서 고맙다. 너는 엄마의 행복이고 축복이다. 이런 입에 발린 말로 반복해 쓸 수는 없지 않나. 아이한테 어떻게 편지를 써야 엄마 체면이 설까.
아이는 학교 다니면서 열심히 엄마,아빠, 선생님께 편지를 써서 그런지 너무 자연스럽다. 고맙다는 말도 왜 고마운지까지 따지면서 쓸 줄 아는 요령까지 갖고 있고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잘 안다. 그런데 편지에 익숙하지 못한 엄마는 어떻게 아이한테 편지를 써야 할지 서두도 잡지 못했다. 사랑하는 우리 딸~? 무슨 연애 편지도 아니고 어떻게 아이한테 무슨 말로 시작을 해야할지 머리 속이 뒤죽박죽이다.
왜 편지를 쓰기 어려운 걸까.
아무래도 칭찬에 익숙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딸과 남편에게 칭찬을,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주제 자체가 낯설기 때문이다. 아이를 칭찬하는 것은 익숙하고 아이도 칭찬받는데 익숙하지만 칭찬보다 야단을 더 많이 치는 엄마이고 남편한테도 살갑게 애교 작렬로 고맙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필자니 그런 글을 써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힘겨운 것이다. 어떻게 무슨 말로 칭찬을 하란 말인가. 낯간지럽게....뭐, 이런 거다.또, 있다. 손글씨로 편지를 써 본지 너무 오래 됐다. 자판에 익숙한 손으로 펜을 잡고 한글자씩 써내려야 가는 것도 걱정이다. 글씨를 쓰지 않으니 그렇지 않아도 예쁘지도 반듯하지도 않은 글씨체가 점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데 어떻게 편지지를 메꾼단 말인가. 그래도 숙제니깐 어찌되었건 편지를 쓰긴 써야 한다.
분명 고민되고 부담스러운 숙제임에는 분명한데 그래도 괜찮은 숙제라는데는 이의가 없다. 선물과 외식으로 아이를 기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엄마의 마음을 담아 손글씨로 편지를 쓰는 것도 한 번쯤을 시도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서다. 그럼에도 고민은 고민이다.

